지금껏 외모지상주의를 이렇게 다룬 웹툰은 없었다,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매체는 노골적으로, 혹은 은연중에 성형을 권고한다. 그러나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좀 더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성형을 한 사람들에게 사람들은 호의적이지 않은 반응을 쏟아낸다. 성형은 인위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진정한 아름다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내 ID는 강남미인!>은 기맹기 작가가 네이버에 연재 중인 웹툰으로,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작품이다. 10월 28일 기준 30회까지 진행되었다. ‘강남미인’은 성형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미인이라는 뜻의 신조어다.

웹툰은 진지하고 깊이 있으며 유쾌하다. 작가는 십대 시절, 외모지상주의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다 성형을 한 주인공 ‘미래’의 대학생활을 통해, 외모 비하를 피해 성형을 한 사람들이 자연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또 다시 비하에 시달리는 상황을 보여준다.

고등학교 시절, ‘네 얼굴로는 남자 화장실로 출입해야 한다’며 남학생들이 주인공을 남자 화장실로 데려가 가두거나, 일명 ‘자살 명소’에서 못생긴 사람에게 벌금을 더 부과하는 부분은 다소 과장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외모 때문에 가해지는 물리적 폭력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현실에서의 ‘예쁘거나 잘생긴 사람에겐 할인을 해준다’는 우스갯소리는 이 장면조차 현실성 있게 만든다.

<내 ID는 강남미인!>은 외모지상주의를 다루는 동시에 여성학적인 측면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웹툰이다. 인상적이며, 주의 깊게 보았던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하나. 여성의 미모는 권력인가?
여성의 외모는 권력이라는 말이 있다. 아름다운 여성은 사시를 합격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말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들어온 말이다. 웹툰에 등장하는 향수 매거진의 대표 ‘나혜성’은 “아름다움이 권력인 건 맞죠. 하지만 그 권력, 누가 준 걸까요?”라고 말한다. 이것은 여성의 아름다움은 스스로 획득한 것이 아닌, 남성에 의해 얻게 된 것임을 뜻한다.

둘.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프레임이 있다. 여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괴롭힘에 대해선 ‘역시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하거나 남성이 남성을 대상으로 한 프레임에는 성별을 강조하는 말이 없다.
주요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자연미인 ‘수아’는 자신보다 더 관심을 받는 여성을 경계하는 듯 보이지만, 그를 제외한 여성 조연들은 그렇지 않다. 서로의 아름다움을 칭찬해 주기도 하고, 남성 인물들이 여성의 외모에 대해 심하게 평가하는 말을 할 때는 나서서 지적하기도 한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여성의 적은 오히려 외모를 평가하는 남성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초반부에 미래가 마음속으로 여성들의 외모를 점수 매기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인공 미래가 지닌 캐릭터의 특성으로 이해가 가능하다.

셋. 미중년은 남성에게만 쓸 수 있는가?
작가는 자신의 SNS에서 ‘미인’은 어리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미중년’을 남성으로 한정짓는 것이 이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작가는 향수 매거진 대표 나혜성이 등장하는 회차의 제목을 ‘미중년’이라고 지었으며 앞으로도 자주 그를 미중년으로 칭하겠다고 말했다.

외모지상주의를 날카롭게 꼬집는 웹툰 <내 ID는 강남미인!>을 여러분도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또한, 외모지상주의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룬 콘텐츠가 많이 생산되길 기대한다.

명지대학교 문예창작과 16학번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