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좋은 동네 목수와 함께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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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씨 좋은 동네 목수와 함께 산다는 것
  • 잡지명작은 것이 아름답다

글 사진 김기돈
 
이웃에 마음 좋은 목수가 한 명 있었으면 좋겠다. 언제라도 달려와 뚝딱뚝딱 고쳐주고 솜씨 좋은 손으로 이것저것 살펴주면 좋겠다. 비 새는 지붕 틈도 찾아내고, 곰팡이 핀 벽도 말끔하게 손질하고, 찬바람 드는 벽 틈을 막아 걱정없이 겨울도 나고, 봄을 맞아 외벽에 고운 색을 함께 칠해주는 만능 동네 목수가 가까이에 있다면 정말 좋겠다.
 
이웃같은 목수를 찾았다. 장수마을에는 마을을 짓는 ‘동네목수’가 있고, 원주에는 ‘노나메기’가 있고, 암사동에는 마을재생을 꿈꾸는 ‘우리동네’가 있다.
 
동네 목수는 마을 일상을 고치고 지킨다.
 
장수마을은 서울성곽이 있는 동네 가운데 하나이다. 넓지 않은 면적, 가파른 구릉지, 문화재가 있어 재개발 바람이 닿지 않은 곳이다. 2004년부터 재개발을 추진하던 주체도 사업을 접은 뒤 한 해 두 해 시간만 흘렀다. 빈집은 늘고 남은 사람들은 낡은 집에서 불안하게 십 수 년을 살아왔다. 2013년, 해묵은 마을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찾았다. 지자체가 서울 삼선동 장수마을 재개발구역을 해지하고 마을재생사업 지역으로 전환했다. 주거공간을 개량하고 사랑방 같은 공유 공간도 만들고, 마을 골목, 도시가스 설비, 하수체계, 소화전 시설을 비롯해 마을을 새롭게 틀 짓는 재생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마을 다시 짓기’를 고민해온 사람들이 있었다. 민간 연구소와 시민환경단체들과 연대해 마을재생 연구모임을 수년 동안 진행하며 주민들이 손수 마을을 되살리는 재생사업 방향을 만들었다. 박학룡(45세)님은 주민협의회를 아우르며 이 과정에 계속 함께했다. 2011년에는 마을기업 ‘동네목수’를 만들었다. 장수마을 167채 집에 대해 시시콜콜 알고 있었기에 어떤 집이 급하고 무엇부터 손대야 하는지 아는 탓에 주민들과 소통하며 쉽게 방향을 잡았다. “공간변화는 우선 주거에 두었고, 그 다음이 공동시설과 문화시설이었어요. 좀 더 절박한 순서대로 잡았죠. 2008년부터 주민들과 만나면서 장수마을 재생 방향을 ‘정든 이웃과 함께 사는 마을 만들기’로 잡았어요. 모든 계획이 여기에서 일관성 있게 출발했어요.”
 

동네목수_박학룡_1

△ 동네목수 박학룡 님

 
동네목수는 벽돌, 미장, 페인트, 설비, 보일러 일을 할 수 있는 마을주민들이 참여했다. 조금은 어설퍼도 주민들과 일자리를 공유하는 역할을 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우선 급한 40–50채 주택을 고쳤고 공공기반 시설도 만들었다. 한양도성과 어울리는 경관도 고려해 지붕, 담장, 축대를 지침에 맞춰 수리하면 지자체가 비용 절반을 지원했다. 나머지 실내, 화장실, 하수시설은 스스로 개선하도록 했다. 주변 집들과 어울리지 않는 큰 시설이나 튀는 색깔과 설계는 가능한 자제하도록 설득했다. 마을 주택을 용도변경하거나 영업하려면 주민협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고, 몇 가지 제한을 둬서 급격한 변화를 막는 쪽으로 가고 있다. “지난 이삼 년 전과 비교하면 재생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어 지금은 겉으로 보면 갑자기 조용해진 상황이죠. 다른 곳과 속도감이 달라요. 하지만 주민들 스스로 해나갈 수 있을 때 할 수 있도록 수위와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마을의 될 수 없으니까요.” 마을에서 가장 우선하는 건 일상을 찾는 것, 지금이 바로 바랐던 모습이다. 바깥에서는 겉으로 보여주는 활동을 원하지만, 안정된 주거지로서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장수마을 집 나이는 50–60년 정도. 원칙은 주민들이 감당할 수 있는가에 두고 있다. 덜 예쁘고 불편해도 감수하는 것이다. 자투리 공간이라도 더 확보해 내부 공간을 넓히고 마당도 덮어서 방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타협점을 찾아간다. “나중에라도 여유 공간이 필요할 수 있으니 작은 공간이라도 남겨두라고 설득하죠. 화분을 키우든 볕 좋은날 빨래를 널 수 있는 공간에 대해 상상조차 안 했던 분들이 많아요. 그런 여유를 누려보라고 일부러 권하면서 지금 욕심내지 말라고 하는 거죠.”
 
동네목수는 마을 온갖 대소사를 챙기며 소통하는 예전 ‘복덕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집 고치는 목수라는 존재가 예전에 동네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지 생각해봤어요. 고급기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집집마다 사람 사는 소리를 다 듣고 사정을 아는 사람은 단지 집 고치는 것에만 머물지 않아요.”
 
노나메기는 이웃이 되어 함께 살터를 만들고 싶다.
 
2000년 초반 원주에서 ‘주거공동체’ 논의가 있었다. 집을 짓거나 고치는 일은 비용도 많이 들고, 낯선 건축업자 손을 빌리는 것도 미덥지 않아 마음내기 쉽지 않다. 건축 분야에서 일을 해온 변재수(52세)님은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서로 도와가며 품앗이로 집을 짓는다면 어떨까, 함께 참여해 적은 비용으로도 마음에 맞는 집을 짓거나 고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2009년에 ‘노나메기’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일자리 사업단을 만들면서 물꼬를 텄다. 이듬해 여름 사회적 기업 인증도 받았다. 함께 일굴 10명이 모였다. 사업 분야는 에너지효율 집수리, 저소득층 집수리, 집수리 사업이 한 축이었고, 기후변화 시대에 집과 에너지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교육하는 일, 자전거 발전기, 태양열 발전기 보급, 옥상텃밭 만들기, 목공 교육을 다른 한 축으로 진행했다. 햇빛온풍기나 화목난로, 벽난로 같이 적정기술을 적용하는 집수리도 염두에 두고 몇몇 곳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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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나메기 변재수 님

 
가장 중요하게 앞세운 것은 ‘에너지 덜 쓰는 집’이다. 오래되고 낡아 열이 안팎으로 새는 탓에 에너지를 많이 쓰는 집들이 많았다. “집을 짓거나 고칠 때 그곳에 사는 사람을 우선에 두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비용에 짜 맞추고 겉모양만 신경 쓰는 탓이죠. 물이 샌다든지 덥고 춥다든지 하는 부실한 결과가 나타나곤 하죠.” 특히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나 넉넉지 않은 형편에 집을 고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저소득 가정들 집이 그랬다. 오래된 구도심 단독주택들도 형편은 다르지 않았다. 노나메기는 그 집에 누가 사는지, 어떤 쓰임을 갖고 있는지, 형편은 어떤지를 살펴 큰돈 들이지 않고 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의 집들이 벽과 창문에서 에너지를 많이 빼앗겼다. “집의 조건이나 창의 방향을 생각하지 않고 북쪽에도 큰 창을 내는 곳이 많아요. 겨울이면 성에가 낀다든지 결로현상이 나타나고 곰팡이가 슬게 되어 있어요.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는 것은 말할 것도 없죠.” 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에 방문해 패시브하우스도 공부하고 주택에너지 문제,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문제를 어떻게 연관 지어 적용할 것인지 살폈다.
 
원주에서 처음으로 주택에너지 효율개선사업이 시작되었을 때 노나메기가 자문역할을 하면서 집수리와 에너지를 연결시키는 사례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열화상카메라로 에너지 손실 정도를 파악하고, ‘블로어도어’라는 장비로 기밀성 조사를 해서 집수리를 하면 단열효과가 20– 35퍼센트, 구조가 안정된 집은 50퍼센트까지 높아지는 사례를 확인했어요.” 2010년 뒤로 해마다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효율화 사업을 통해 250–450가구를 고쳤다. 워낙 집이 낡고 허술한데다 세 들어 사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예산도 많지 않아 구조를 바꾸는 수리는 어려워 응급처리에 머문 것이 안타까웠다. “주거문제는 공공성이 답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형편에 따라 거주할 수 있는 사회주택이라든가 공유하는 주택, 주택협동조합 같은 다채로운 주거 형태가 만들어져야 해요. 원주에서도 사례를 만들기 위해 힘을 보탤 생각입니다.” 노나메기는 최근 ‘슬로우웰slowell’이란 상표를 만들어 ‘느림과 건강, 여유’라는 관점으로 집을 바라보면서 삶과 일상을 품는 집을 만들고 고치는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우리동네, 재미있는 지역 재생의 꿈을 꾼다
 
서울시 강동구에서도 이웃들이 연대해 공동체 가치를 담은 마을과 ‘지역재생’이라는 주제로 몇몇 이웃들이 머리를 맞대기 시작했다. “집과 마을은 삶으로 채워진 공간인데, 오랫동안 이어온 삶과 일상의 가치를 너무 손쉽게 고민 없이 저버리고 있어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이런 싹쓸이 개발이 진행됐거든요. ‘재생’은 허무는 것이 아니라 손때 묻은 공간을 되살리는 것이에요.”
 
신권대(45세)님은 이 삭막한 시절에 일상을 허물지 않고 삶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끌렸다. 마음 따스한 정원사, 기발한 생각이 넘쳐나는 건축 설계사, 친환경 페인트를 고집하는 페인터, 나무를 닮은 목수, 꼼꼼한 집수리 설비사, 건물 청소를 하는 회사, 지역 저소득층 집수리공동체, 오랫동안 마을을 살펴온 마을 활동가, 이렇게 10명이 저마다 잘 할 수 있는 것을 풀어내면서 모였다. “2015년 3월 지역재생협동조합을 창립했어요. 우리동네는 ‘생산자협동조합’이고, 다중협동조합을 지향해요. 강동구 ‘사회적경제센터 아카데미’에 함께 참여하고 나라안팎 사례도 공부하면서 1년 넘게 준비했어요. 공동체 가치를 만들기 위한 소박한 시작입니다.” 자본도 많지 않고 아직 방향도 촘촘하지는 않지만, 작은 사례들을 만드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 조합원인 목수 우선택 님이 ‘나무의 귀환’이라는 공방을 열면서 한쪽에 사무실을 내준 덕분에 자주 모여 조합원 교육도 하고 계획들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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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우선택, 신권대 님

 
최근에 재생사업으로 공동육아, 집수리상담센터, 공유부엌이 함께 사용할 지역아동센터 공사를 마쳤다. 청소업체 ‘미화부장’을 운영하는 신권대 님이 총괄하고, 친환경 페인트 업체 ‘풀잎’에서 칠을 하고, ‘나무의 귀환’을 운영하는 목수가 가구를 짜서 설치했다. 조합원들이 저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청소도 하고 공간 설비에 참여했다. “모든 것을 ‘그거, 재미있겠다’에서 출발해요. 그런 마음에서 좋은 에너지가 나와요. 여러 가지 힘을 발휘할 사람들이 모여 갖가지 색이 조화를 이루는 무지개 꿈을 꾸고 있는 것은 분명해요.”

 

* 2016년 4월호 <고치고 꿰매고 만들어가는 집> 특집 글의 일부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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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작은것이 아름답다 (2016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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