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피겨스> 옥타비아 스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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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피겨스> 옥타비아 스펜서
  • 잡지명씨네21

 
<히든피겨스>(2016)는 스포트라이트 뒤에 숨겨진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세상의 차별에 맞서야 했던 1960년대 흑인 여성들에 대한, 조금은 늦게 만들어진 영화다.
 
나사(NASA)의 스페이스 프로그램에서 “인간 컴퓨터”로 일했던 실존 인물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메리 잭슨(저넬 모네이),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의 이야기는 모두 감동적이지만, 영화를 보다 유독 뭉클했던 순간은 도로시 본이 혼자만을 위한 승진을 거절하는 장면이었다. 내 앞가림조차 쉽지 않았던 때에 모두를 위해 개인의 이익을 거절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용기를 표현하는 확고한 얼굴은 영화를 통틀어 가장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판사 앞에서 최초가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변론하는 메리 잭슨이나 직장 내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대해 울분을 토하는 캐서린 존슨과 달리 도로시 본은 목소리 한번 높이는 일 없다.
 
그러나 원하는 것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고 때가 찾아왔을 때 주저 없이 요청한다. 그래서 옥타비아 스펜서와의 일대일 전화인터뷰가 준비됐을 때, 그가 어떤 마음으로 도로시 본을 연기했는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미국 개봉이 한국보다 앞선 이유로 지난해 11월 진행한 스펜서와의 인터뷰를 이제 풀어놓는다.
 
-이 영화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오디션이 있었나.
 
=오디션은 없었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뒤로 오디션 없이 역할을 논의하는 일이 많아졌다. 고마운 일이다. 2년 전쯤 에이전트가 이메일로 처음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전했고 그 뒤에 프로듀서인 도나 지글리오티와 만났다. 존 글렌(미국 최초로 우주궤도를 돈 우주인.-편집자)이 우주 비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흑인 여성 수학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처음엔 <헬프>(2011)처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진 픽션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방식으로 1960년대 흑인 여성을 다룬 영화가 없었으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실화라는 것을 알게 됐고 즉시 이 영화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처음 각본을 읽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영화화된 적이 없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영감을 주는, 숭고한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실화라는 걸 알았을 때 폐부를 찔린 것처럼 아팠다. 할리우드가 나사가 50년 동안 진행했던 스페이스 프로그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하는 동안 이들의 공헌은 역사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사에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부서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기록도 없었다. 흑인 여성에 대한 제외가 아니라 여성 전체에 대한 제외였다. 나사의 흑인 여성 과학자들에 대해 처음 알게 됐을 때 인터넷에 정보를 검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들에 대한 기록은 나사의 아카이브를 뒤져야만 겨우 찾을 수 있다. 그 순간 조금 화가 났다. 하지만 그 뒤에 자랑스러운 감정이 밀려왔다.
 
-도로시 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도로시 본은 2008년 사망했다.-편집자).
 
=아쉽게도 그럴 기회가 없었다. 도로시 본에 대해서는 모두 인터넷에서 알게 됐다. 처음 각본을 읽고 3주 뒤에 캐스팅이 확정됐고, 바로 조지아로 날아갔고 촬영이 시작됐다. 테드(테오도르 멜피 감독)가 영화의 원작인 책 <히든 피겨스>에서 도로시와 관련된 몇개 챕터를 발췌해 전해주었다. 그리고 나사의 아카이브 영상을 바탕으로 그녀에 대해 연구했다. 캐서린, 메리, 도로시 모두가 특별하지만 도로시는 뛰어난 수학자였다. 또한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차를 조립하고 분해하는 걸 배웠고 그걸 모든 전기제품에 적용해본 아이였다. 영화에서 보면 도로시가 유일하게 IBM의 슈퍼컴퓨터를 작동시키지 않나. (영화 속 실존 인물을 만날 기회는 없었나?) 캐서린 존슨 부인과 부인의 가족들을 만났다.
 
-시사회에서 테오도르 멜피 감독을 만났다. 사람들 앞에서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그는 조금 흥분된 모습이었다. 촬영하는 동안 감독과는 어땠나.
 
=테드는 충직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두딸을 둔 아버지로서 이 영화가 여성의 역할에 대해 어떤 긍정적인 의미를 갖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히든 피겨스>는 세 여배우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영화다. 타라지 P. 헨슨과 저넬 모네이와는 카메라 안팎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우리 셋은 짧은 시간에 가까워졌고, 영화를 찍으며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이가 됐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타라지는 모두를 집으로 초대해 요리를 해줬다. 그래서 카메라 앞에서의 연기호흡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사실 우리 셋뿐 아니라 영화의 캐스팅은 모두 완벽했다. 복권에 당첨된 거나 다름없었다. 짐 파슨스, 커스틴 던스트 등 모두와 함께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촬영현장에서 짐 파슨스는 정말 웃겼다.
 
-개인적으로 도로시 본이 세 인물 중에서 가장 힘겨운 투쟁을 했다고 생각한다. 혼자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투쟁을 했고, 거기서 결실을 얻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의 인종차별과 성차별은 뜨거운 이슈가 아닌가. 어떤 마음으로 도로시 본을 연기했는지 궁금하다.
 
=출연하는 모든 영화에서 배울 점을 찾으려고 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많은 생각이 오갔다. 도로시 본은 전문 인력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내가 연기했던 역할들과 여러 면에서 달랐다. 그러나 나, 옥타비아 스펜서와는 어떤 부분에서 비슷했다. 그래서 도로시를 연기하면서 내가 겪어야 했던 많은 장애물과 유리천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나는 것을 경험했다. 유리천장은 사회에 나서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사회에 한번 나가면 모든 레벨에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된다. 할리우드는 특히 남성 중역, 남성 프로듀서의 비중이 높은 곳이다. <히든 피겨스>처럼 모든 부서에 여성 스탭의 참여가 높은 영화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이런 곳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나서서 이야기하고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자기의 생각을 끊임없이 단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모든 장면을 좋아하지만 메리가 판사 앞에서 호소하는 장면, 화장실을 오가느라 일이 늦어진 캐서린이 함께 일하는 백인 남자들 앞에서 흑인여자라고 울부짖는 장면, 그리고 도로시가 승진 제안을 거절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캐릭터마다 한 장면씩 고르다니 공평한 선택이다.) 그런가? 하나만 꼽을 수 없었다.
 
-오스카 수상 뒤 삶이 바뀌었나.
 
=내 인생은 그대로다. 같은 사람이고, 같은 친구들을 만난다. 커리어의 변화에 대해서 묻는다면, 물론이다. 최근 몇년 동안 나는 이전과 비교해 더 넓은 범주의 역할을 제안받고 있다. 그럼에도 그 역할은 대부분 아프리칸 아메리칸 여성이라는 필터를 거친 역할들이다. 그런 역할들은 모두 거절했다. <헬프>에 출연한 뒤 수많은 가정부 역할을 제안받았다. 하지만 이미 최고의 가정부를 연기한 적이 있어서 모두 거절했다. 인종과 성별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할을 제안받는다면 언제라도 뛰어들 준비가 되어있다.
 
-최근 아프리칸 아메리칸 관객을 겨냥한, 이른바 블랙필름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나는 그 영화들을 블랙필름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아프리칸 아메리칸에 대한 영화지만 특정 인종을 관객으로 겨냥한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지 않는다. 아시아인이나 라틴아메리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할리우드에서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들이 만들어지는 건 좋은 일이다. 다만 그런 영화들이 그들만의 영화가 아니라 그들에 대한 영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출처] 씨네21 + 사은품 (제로웨이스트 키트) (2017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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