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스위스에서 만난 오롯한 힐링 / 이두용,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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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On The Road] 스위스에서 만난 오롯한 힐링 / 이두용, 사진작가
  • 잡지명월간에세이

 
 
처음 말을 건넨 건 중년 부부의 모습이 꽤 정다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식수를 공급하도록 길가에 마련된 수돗가에서 물을 받고 있었다. 등에 메고 있는 커다란 배낭이 부부가 이미 며칠은 근처 숲에서 보냈다는 걸 증명해줬다.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둘의 차림은 깨끗했다.
“우리는 네덜란드 사람이에요. 스위스에 오려고 3년 전부터 계획했어요. 어디가 걷기에 좋은지, 어디에서 텐트를 치고 잘 수 있는지, 물은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왔지요. 유럽에선 트래킹과 백패킹을 즐기기 위해 스위스로 오는 사람이 많아서 인터넷에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보름을 계획하고 왔는데 오늘이 3일 째예요.”
고작 숲을 걷고 흙 위에서 야영하기 위해 3년 전부터 준비했다니. 놀라웠다. 지친 일상을 피해 동남아시아 휴양지로 떠나는 사람들, 누가 봐도 그럴듯한 유럽의 나라와 도시를 골라 짧은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곳을 다니려는 사람들, 오랫동안 모은 돈으로 쇼핑과 오락을 위해 떠나는 사람들. 여행에 정답은 없지만 나를 포함한 주변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해외여행은 보통 이랬던 것 같다.
열심히 살았으니 지친 몸과 스트레스 쌓인 마음을 위해 더 열심히 숲을 걷고 자연에 동화되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 그들에겐 알프스가 고생이 아니라 진정한 휴식처가 분명했다. 부부는 발걸음이 바빴다.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는 낯선 나라에서 만난 동양인에게 크게 미소를 선물하고 금세 자리를 떠났다.
커다란 배낭을 짊어지고 숲으로 향하는 그들의 뒷모습이 내 눈으로 들어와 박혔다. 그런데 부부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숲에서 청년 둘이 또 나타났다. 그들은 부부보다 작은 배낭을 메고 있었지만 차림만큼은 더 자연인에 가까워 보였다.
“저희는 헝가리에서 왔어요. 둘 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휴가를 내고 이곳을 찾았지요. 스위스는 워낙 자연이 좋아서 지친 도시민을 쉴 수 있게 해줘요. 사실 자연에서 걷는 것만큼 좋은 게 어디 있겠어요.”
몇 마디 말도 나눌 새 없이 그들은 자신들의 갈 길을 향해 분주히 걸어갔다. 둘의 표정이 어찌나 밝은지 마주한 나조차도 순간 미소가 지어졌다. 그들에게 쉼이란 어떤 의미일까. 
 
나는 행복에 대해 늘 고민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한 번뿐인 인생이니 즐거운 일에 투자하라”고도 말한다. 그게 시간이든, 열정이든, 비용이든 즐겁지 않은 것에 투자하는 건 아깝다는 생각이다.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그 무엇도 내겐 무용지물이니 말이다.
도시민에게 휴식은 필수다. 즐거운 노동이 얼마나 있을까 싶겠지만, 그대가 선택한 일이라면 힘든 가운데에도 즐거움의 이유를 찾아내는 게 좋다. 성취만을 즐거움으로 생각하면 의외로 만족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적다. 가능하면 소소한 즐거움의 조건을 걸어두자.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 괜히 만들어진 건 아닐 것이다.
힘들게 일했다면 쉬어야 한다. ‘힘들게 일한 당신 떠나라’고 했던 광고 카피처럼 일터에서 잠시 떠나는 것은 물론 쉼을 얻기 위해 물리적인 이동 역시 필요하다는 말이다. 스위스에서 자연에 동화되어 쉼을 얻는 그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떤 쉼으로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나’하는 생각을 했다.



트레킹
- 목적지가 없는 도보여행 또는 산 ·들과 바람 따라 떠나는 사색여행
- 가벼운 배낭을 짊어지고 산이나 들판을 여유 있게 걸으며 대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기는 레저 스포츠을 일컫음
< 작성자 : 김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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