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다큐멘터리] 미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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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영
[브랜드 다큐멘터리] 미쉐린
  • 출판사JOH & Company (제이오에이치)
  • 도서명매거진 B (Magazine B) Vol.56 : 미쉐린 가이드 (Michelin Guide) - 국문판 2017.5
  • 잡지명매거진 B(한글판) Magazine B, 매거진비

1900년 타이어 회사의 매출 증진을 위해 기획된 프랑스의 미식 안내서

<미쉐린 가이드>는 한 세기 넘는 시간동안 세계 미식 문화의 대중화를 선도해 왔다. 전통을 수호하는 한편 젊은 셰프의 가능성을 자극하고, 경험치가 다른 모두에게 일관된 기준점을 제공하는 <미쉐린 가이드>는 발간하는 지역마다 화제의 중심이 되는 권위있는 평가 매체로 기능하고 있다.

  

타이어 사업을 문화로 연결한 미쉐린

21세기 기준으로 보면 자동차와 미식은 전혀 다른 2개의 카테고리처럼 느껴지지만, 1900년대 초반만 해도 자동차는 최고의 럭셔리 아이템이자 최상위층의 전유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1895년 프랑스에는 전국에 자동차가 350대에 불과했다. 당시 자동차 산업은 여전히 요람 속이었으며, 자동차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건 말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과 노력 그리고 정보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잠재적 고객이 될 수 있는 상류층에게 자동차 전반에 관한 정보와 이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는 최고급 레스토랑을 소개한 책자를 만든 것이다. 미쉐린의 ‘자동차 생활 전방위 지원 활동’은 정부 로비에까지 다다랐다. 도로명을 번호로 표시하는 표지판을 만들 것을 요청했고, 실제로 회사 직원들이 직접 표지판을 세우러 다니기도 했다. 1924년에는 이런 광고까지 냈다. “자동차가 있다면 이제 새벽 5시에 기차를 탈 필요가 없습니다”, “자동차와 함께라면 가족들과 보다 즐거운 삶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처럼 미쉐린의 마케팅 활동은 광범위하고 적극적이었다. 2년에 한 번 교체할까 말까 하는 타이어를 팔고 있지만, 회사 가치를 자동차 산업의 발전뿐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 문화생활로까지 연결한 셈이었다. ‹미쉐린 가이드›는 문어발처럼 뻗친 미쉐린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탄생했다. 가이드북의 인기는 출판과 동시에 빠르게 치솟았다. 첫 출간 후 불과 4년 만에 벨기에 편 가이드가 나왔고, 1910년에는 스페인과 독일 편이 출간됐다. 자동차가 3000여 대밖에 없던 시절에도 이 책의 인쇄 부수는 3만 권이 넘었다. 그리고 1926년에는 2달러를 받고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약 10만 권이 팔려나갔다. 그러면서 ‹미쉐린 가이드›는 호텔과 레스토랑 소개에 더욱 집중하는 ‘레드 가이드’를 따로 발간하며, 지역별·도시별로 별개의 에디션을 찍어냈다. 1930년에는 미주에서 인기가 높았으며, 1933년에는 ‹미쉐린 가이드›를 대표하는 스타 레이팅 시스템, 즉 별의 개수로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첫해엔 프랑스에서 레스토랑 23곳이 별 3개를 받았다. 엄격하면서 까다로운 평가서라는 건 이 개수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때부터 ‹미쉐린 가이드›는 미식업계에서 권위와 신뢰의 매체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이는 한 세기의 시작과 함께 출발한 사업이며, 따라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이것은 앙드레 미쉐린 André Michelin, 에두아르 미쉐린 Édouard Michelin 형제가 1900년 파리에서 한 말이다. 미쉐린의 주력 제품인 타이어 사업을 놓고 한 말이 아니다. 1900년, 최초의 프랑스 여행 책자이자 미식 안내서인 400페이지 분량의 <미쉐린 가이드>를 출판하면서 한 일종의 선언이다. 타이어 회사의 매출을 높이기 위한 홍보 활동의 하나일 뿐이라며 <미쉐린 가이드>를 단편적으로 이해하는 건 오히려 100년이 지난 요즘 사람들이다. 100년 전 미쉐린 형제에게는 시대를 앞서나간 마케팅 감각으로 미래의 타이어 사업을 위한 초석을 다지겠다는 포부가 있었다. 그 포부의 순도가 얼마나 높은지는 그들이 한 말과 쏟아부은 돈으로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미쉐린 형제의 이 자부심은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쩌렁쩌렁 울리는 듯 유효하다.

 


 


평가원의 익명성과 공정성을 통해 확립한 신뢰

‹미쉐린 가이드›가 나오는 도시에는 전 세계인의 눈과 코와 입이 주목한다. 이제는 맛있는 식사를 위해 비행기를 타고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시대지만, 100년이 넘도록 쌓인 ‹미쉐린 가이드›의 명성은 아직도 시들지 않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미쉐린 스타를 끊임없이 반짝이게 만드는 걸까? 답은 ‹미쉐린 가이드›를 만드는 방식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미쉐린이 한 권의 가이드를 만들기 위해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것 두 가지를 꼽자면 바로 평가원의 익명성과 공정성이다. 수만 달러의 비용을 들여 평가원의 숙박과 비행편은 물론 음식값까지 모두 지원하고, 상업적 가이드북이 거치는 검증 작업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세하며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을 거치며, 타이어 판매에 실질적 향을 미치는지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지금까지 미쉐린 본사 내 마케팅팀이 이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광고나 협찬을 받지 않으며 기업 후원도 거절한다. 익명성을 지키기 위해 식사 도중 평가원은 절대 메모를 하지 않고, 레스토랑 한 곳을 다수의 평가원이 방문한다. 처음 별을 매기는 곳은 수차례 방문할 때도 있다. 평가원은 외부는 물론 가족에게도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서는 안 되고, 무료로 음식을 요구할 수 없다. 2004년, 평가원 파스칼 레미는 한 잡지에 미쉐린의 조사 과정을 발설했다가 자격을 박탈당하기도 했다. 주로 전직 셰프나 미식업계 종사자가 평가원으로 발탁되며, 열정만 가득하거나 미식을 즐긴다고 해서 발탁되지 않는다. 화려한 레스토랑을 다니지만 이들에게 평가는 그저 즐거운 작업일 순 없다. 평가원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미쉐린 본사에 가서 ‘스타 세션’이라는 이름의 회의에 참석하고, 여기서 별 몇 개를 누구에게 줄지 토론한다. 조금이라도 애매한 식당이 있다면 다시 가서 먹어본다. 타협 없이, 의심 없이, 낱낱이 검증하겠다는 미쉐린의 조사 방식은 신뢰성 하나에 목숨을 건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 세계 어떤 레스토랑 인증 매체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방식이기도 하다.


절대적 평가서에서 독자적 평가서로 인식 변화

공신력이 높은 미쉐린 별을 받는 건 셰프로서는 크나큰 행복이자 인정이다. 하지만 매해 업데이트되는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을 뺏긴다는 것 역시 공개적 패배 선고와 같다. 그래서 일단 한번 별을 받으면 그 별은 셰프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돌덩이가 된다.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넘어 투자자의 돈까지 좌지우지한다. 이런 부담감 때문인지 요즘 셰프들은 미쉐린의 별을 좇으면서도 그 별에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전통적 미식의 도시 파리나 혁신적 레스토랑이 가득한 뉴욕에서도 셰프들은 미쉐린 별을 좀 더 캐주얼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특히 ‹미쉐린 가이드›가 전통적인 미식 국가인 프랑스나 유럽권에서 벗어나 아시아권에 진출하면서 그들의 엄격함은 문화의 차이 앞에서 조금 둥그러진 모양새다. 2016년 발간한 싱가포르 ‹미쉐린 가이드›에서는 처음으로 노점상에서 판매하는 단가 3300원짜리 면 요리가 별 하나를 받으며 화제가 됐다. 2016년 11월, ‹미쉐린 가이드›의 서울판이 발간되면서 서울에서도 한바탕 미쉐린 홍역을 치다. 유명세만큼이나 그 속사정을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고, 11월 7일 정식 리스트가 발표되기 전까지 수많은 추측이 난무했다. 리스트 발표 후에도 선정된 레스토랑에 대한 의문이 넘쳐났다. 이는 ‹미쉐린 가이드›가 새로운 도시에 착륙할 때마다 발생하는 해프닝과도 같다. 2007년, 일본판이 처음 발간된 이후, 끊임없는 의심의 눈초리가 일본을 향하고 있기도 하다. 일본에 유독 후한 미쉐린의 평가에 타이어 시장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일본은 가장 많은 3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한 나라이며, 2017년 개정판에는 총 30곳의 식당이 별 3개를 받았다. 반면 프랑스는 2017년 개정판에 27곳이 별 3개를 받았다. 여러 논란과 이슈 속에서도 미쉐린의 평가원은 먹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감히 상상도 못할 규모의 재정을 투자하고, 개성이 최고의 미덕으로 칭송받는 시대에 전통적 기준으로 수만 곳의 식당을 선별하며, 우아하고 고전적 방식으로 미식을 권한다. 이런 매체는 어디에도 없다. 이 상태로 100년이 넘도록 정상을 지켰다. 이 자체만으로 미쉐린은 기업 가치를 끊임없이 끌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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