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며 / 박상미, 심리상담가·더공감 마음학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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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만남]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며 / 박상미, 심리상담가·더공감 마음학교 소장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저는 자살 시도를 해본 적이 있거나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사람들과 함께 대화하는 모임을 일 년에 한 번 열고 있습니다. 이들의 대부분은 죽고 싶은 게 아니라 너무나 살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현재의 고통이 너무 커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고통이 나를 삼켜버릴까 봐 스스로 자신을 죽이는 역설적인 행동을 선택했던 것입니다. 잘 들어주다 보면 마음속에 있었던 응어리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옵니다.     

“죽음에서 다시 태어나 생명의 의미를 깨닫고 나면 죽어가는 것들을 살릴 수 있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하나둘 자기 자리에 앉으면 저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쪽지를 건넵니다. 저의 손글씨로 꾹꾹 눌러 쓴 문장입니다. 그런데 대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때 제가 묻습니다.  

“다시 자살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가 뭔가요?”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순간 말문이 막힙니다. 타이르고 설득할 줄 알고 왔다가 의외의 질문을 받은 당혹감이 표정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리고는 답을 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립니다.

“어린 아들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너무 괴로워서 아이 생각을 못 했어요.”

다음은 자살 충동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자살 충동이 느껴질 정도로 힘든데, 왜 실행에 옮기지 않았나요?”

“엄마가 걱정돼서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랑 살았는데, 엄마가 혼자 남겨지면 살 수 없을 것 같아요.”

“죽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죽는 게 너무 무서워요. 차라리 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한 번도 행복하다는 만족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서 한 번이라도 행복을 누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대로 죽는 건 제가 너무 불쌍해요.”

여기에 제가 대답합니다. 

“지금 여러분이 말한 것들이 내가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죽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라고 니체가 말했어요. 우리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내가 겪은 고통을 의미 있게 만드는 일, 우리 같이 살면서 하나하나 이루어 봅시다.”

자살 시도를 했다가 깨어난 사람들은 실패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대부분 기뻐합니다. 시간이 지난 후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당시에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돌이켜보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고 의문에 대한 해답도 있었어요.” 

“실패 후 깨어났을 때, 나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살아서 나처럼 죽고 싶은 사람들을 상담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었어요. 눈물이 너무 많이 났어요.” 

이들에게는 어느새 나를 짓누르던 고통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시련을 통해서 얻은 의미지요. 이것만으로도 자신이 겪은 고통을 의미 있게 만들 것입니다. 모임이 끝날 때, 다섯 명은 모두 ‘나와 같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라는 말을 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가치 있게 만들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입니다. 

죽음에서 다시 태어나 생명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저는 너무나 귀합니다. 이분들 중에는 훗날 심리상담사가 되는 사람도 있고, 자살 예방 강사로서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도 20대에 죽음을 꿈꾼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실패하고 눈을 떴을 때 제 옆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책 속에서 니체의 한 문장을 만났습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이 한 문장을 잡고 오늘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죽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서 삶의 의미를 함께 찾는 일을 하게 되었지요. 저의 고백이,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것을 보면서 하루하루 니체의 말을 실감하며 살고 있습니다. 삶이 너무 힘들고 의미 없어서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꼭 말해주세요. 내가 겪은 고통을 의미 있게 만드는 삶을 같이 한번 살아보자고. 그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면서. 다시, 새로운 만남을 기다리면서.

* 독일학술교류처(DAAD) 장학생 및 연구원, 한양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음. 저서로는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등 다수. 여성가족부장관 표창(2020). 現 한국의미치료학회 부회장 및 수련감독, 경찰대학 외래교수.  



프리드리히 빌헬름 니체
-독일의 문헌학자이자 철학자
-생애 기간은 1844.10.15~1900.8.25
-그리스도교 도덕과 합리주의의 기원을 밝히는 작업에 깊이 매진하여, 이성적인 것들은 실제로는 비이성과 광기로부터 기원한 것이라고 주장
< 작성자 : 김태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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