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로 쓰는 낭만이란 시(詩)_핸디포토 작가 장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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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쓰는 낭만이란 시(詩)_핸디포토 작가 장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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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한재원 기자

사진 이권호

 

 

핸디포토 작가 장동원이 알려주는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잘 찍는 법’ 세 가지는 이렇다. 렌즈 닦기, 연사기능 적극 활용하기, 상대를 칭찬하며 찍어주기. 너무 쉽다고?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서 감성적인 사진가가 되길 바라는 그에게는 가장 중요한 팁이다.

 

 

‘최근 가장 낭만적이었던 순간은?’

 

이 질문에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은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내 기억 속엔 얼마 전 퇴근길에 본 아름다운 순간이 남아있다. 유난히 영롱한 노을빛에 물든 도시 풍경이 황홀해 자석에 이끌리듯 스마트폰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던 그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 핸디포토 작가 장동원(32)의 말대로라면 내 감수성이 1℃ 높아진 순간이었다.

 

“멋지다 느끼고 그냥 돌아서는 것과 카메라를 드는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요. 사진을 찍게 되면 적어도 셔터를 누르는 동안만큼은 그 좋은 기분이 지속되죠. 그런 순간이 반복되다보면 마음이 예쁜 풍경에 동화되는 일이 점점 쉬워져요. 감수성은 계속 자라나는 속성을 지녔거든요.”

 

 

몽환적인 스마트폰 풍경사진들로 SNS에서 스타 사진가가 된 그의 감수성도 ‘사진’이란 양분으로 키운 마음의 꽃인 걸까? 본래 그는 그리 감성적인 사람이 아니다. 슬픈 영화를 봐도 눈물이 나지 않고 누군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해도 필요 이상 연민을 느끼지 않는 편이었다. 그의 마음은 오로지 카메라에 담고 싶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만 섬세하게 반응한다.

 

요즘 한창 핸디포토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그의 촬영 욕구가 가장 강하게 생기는 순간은 밝은 햇살을 받아 사물의 제 색깔들이 온전히 드러나는 시간이다. 그럴 때면 한강 철교를 지나는 전철이 장난감 기차처럼 앙증맞아 보이고, 길가에 핀 작은 꽃이 사랑스러워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일상의 풍경을 컬러풀하게 바꿔놓는 햇빛이 그에게는 제일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투명한 아침 햇살이나 오후의 아늑한 볕도 좋아하지만 제일 선호하는 햇빛은 황혼빛. 서울 망원동에 있는 작업실 근처에서 가장 예쁜 노을을 볼 수 있는 그만의 아지트 선유교까지 일과를 끝내자마자 단숨에 달려가곤 한다.

 

“아치 형태의 다리에 붉은 빛이 비춰 행인들이 실루엣으로 보이는 그 순간이 정말 아름다워요. 선유교의 그 예쁜 각도와 타이밍은 아마 제가 처음으로 발견했을 거예요. 고운 하늘빛을 받아 평범한 풍경이 돋보이는 찰나만 담을 수만 있다면 카메라 기종은 제게 전혀 중요치 않아요.”

 

 

원래 DSLR, 미러리스 등을 즐겨 사용하던 그는 무게감 때문에 석양이 지기도 전에 금세 지치게 되자 카메라 주종을 작고 가벼운 아이폰으로 바꿨다. 화질보다 감정을 더 챙기는 낭만파 사진가가 낳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SNS 계정은 웬만한 연예인보다 팔로워 수가 많다. 약 40만 명이 간절히 기다리는 ‘장동원 사진’의 매력은 색감에 있다. 다채로운 석양빛으로 빛나는 사진 속에서 평범한 일상 풍경들은 마치 영화 <그랜드부다페스트 호텔> 속 한 장면처럼 특별하게 존재한다. 스마트폰 하나로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생생히 포착한 사진들은 ‘내 손 안의 사진’이란 의미의 ‘핸디포토’라는 장르로 불리며 사랑받고 있다.

 

그의 사진에는 거창한 피사체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똑같이 찍어보고 싶은 풍경들이 담긴다. 그래서인지 그는 촬영 노하우를 전하는 강사로도 인기가 높다. 각 분야의 핫한 아티스트들이 멘토로 활약하는 온라인 특강 사이트 ‘원더월’을 비롯, 국내 최대 사진·영상전 P&I, LG 스마트폰 출시기념회 등 사진 분야의 트렌드 리더들이 모이는 자리가 그의 활동 무대다. 그중에서도 아이폰 유저들의 가장 감각적인 사진을 소개하는 ‘Shot on iPhone’ 프로젝트에 뽑힌 이력은 그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제 사진철학이 어느 정도 인정받은 것 같아 기뻤어요. 전 담고 싶은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색감을 많이 보정하는 편이거든요. 누군가는 과도한 보정물은 사진이 아니라고도 하는데 표현방식의 차이일 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강물을 바라봤던 촬영자의 감정이 노란색에 더 가까웠다면 푸른 물이 아니라 노란 강물이어도 괜찮다고 봐요.”

 

영화 <책도둑>을 보면 차별화된 색감으로 피사체를 재해석하는 그와 닮은 주인공 리젤이 등장한다. 눈이 와서 흐린 하늘을 ‘창백하다’고 표현하는 그녀처럼 장동원 작가는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색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새롭게 바라본다. 스스로도 카메라는 펜, 사진은 시(詩)에 비유하는 그에게서 시인의 문학적인 감성이 짙게 풍긴다.

 

촬영할 때 느낀 감정이 색으로 만족스럽게 표현될 때까지 밝기, 노출, 색온도 등 수많은 요소를 조절하고 또 조절하는 그의 사진에서 사전적인 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밝은 하늘색은 피부에 스치던 따뜻한 ‘바람색’, 연두색 나뭇잎은 연인을 애틋하게 바라보던 ‘눈빛색’, 회색 거리는 기분이 상쾌했던 ‘아침색’으로 그의 프레임 안에서 빛난다.

 

“보정할 때 0.01%라도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절대 넘어가지 않아요. 원하는 색감을 집요하게 찾아내죠”라는 그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감을 얻기 위해 그동안 보정과 촬영기술 모두 혼자 터득해왔다.

 

누군가에게 배웠다면 수월했을 테지만 7년 여 동안 스스로 부딪히며 사진을 탐구했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하며 작곡 교육을 받는 동안 깨달은 사실이 그가 사진을 대하는 태도에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장르를 즐겨듣는 건 전공자의 자존심을 구기는 일이란 그릇된 생각에 대중가요를 무시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던 경험은 자만심을 경계하게 만들었다.

 

섬세한 감수성의 비결

 

“대학을 졸업하고 4년 정도 웨딩 스냅사진을 찍었어요. 그땐 사진을 깊이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마음을 못 붙였던 것 같아요. 웨딩스냅에서는 아무래도 제가 촬영 기술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늘 제 감정을 담아내는 사진에 목이 말랐었죠.”

 

아직 보고 느껴야 할 것이 많다는 그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질문들이 떠다닌다. ‘사진은 왜 존재하는 거지? 사진을 잘 찍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내 사진이 과연 누군가의 것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답을 찾으려 노력할수록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사진의 의미를 알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강해진다.

 

“SNS는 제게 소중한 소통의 장이에요. 멋진 풍경을 혼자 보게 돼도 SNS에 사진을 올릴 생각을 하면 여러 사람과 함께 보는 기분이 들어 풍경에 더 빠져들죠. 그래서 한 컷 한 컷 더 최선을 다해 제 감정을 녹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가 추구하는 사진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사진’이다. 어린 아이가 봐도 ‘나도 저렇게 찍을 수 있겠어!’라고 느끼길 바라며 그는 매일 카메라로 기록한 풍경에 자신만의 색을 덧입힌다. 사각 프레임 속 그의 일상이 알록달록해질수록 세상을 컬러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우리 모두의 감수성이 1℃ 더 올라가 평범한 풍경에 누구나 자신만의 짙은 ‘낭만색’을 칠하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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