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베테랑 수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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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베테랑 수선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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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싶지 않은 순간을 결국 맞이하고야 말았다. 작년까지만 해도 딱 맞던 정장 바지가 숨도 못 쉴 만큼 작아진 상황! 잠기지 않는 단추와 낑낑대며 씨름해봤자 소용이 없기에 얼마 전, 운동도 할 겸 시간을 내 수선집에 바지를 들고 갔다.

 


수선집에서 내려준 처방은 더 절망적이었다. 시접 여유가 없어 허릿단을 늘릴 수가 없는데 정 수선하고 싶으면 고무줄 바지로는 가능하다는 답변이었다. 아끼는 정장 바지를 차마 몸빼 바지처럼 만들 수는 없어 도로 가게를 나왔다. ‘집콕’하며 게으르게 보낸 석 달이 그제야 후회됐다.

기운 없이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다른 수선집 한 곳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저곳에서는 수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그리로 걸음을 옮겼다. 바지를 이리저리 살펴본 주인아저씨는 역시나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실망감을 안고 나오려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나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다리미로 눌러주면 1인치는 늘어나요. 이 천이라면 가능하겠네요!” 그러고는 다리미로 허릿단 부분을 앞뒤로 꾹꾹 눌러주는 아저씨가 내 눈에는 마치 심폐소생술을 하는 의사처럼 진지해 보였다. 얼마 후 “자, 봐요. 2센티 이상 늘어났죠? 확실히 전보다 편할 겁니다. 돈은 안 주셔도 됩니다” 하며 숙제를 무사히 풀었다는 듯 환하게 웃는 아저씨.

 


생각해보니 7년 전에도 이용한 적 있는 수선집이었다. 그때도 수선 가능한 이유와 불가능한 이유를 친절히 설명해주시며 헌 옷을 새 옷처럼 고쳐 주셨다. 우리 집이 이사한 후로 한동안 찾지 못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을 이겨내며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계신 아저씨를 보자 반가움이 커졌다. 수십 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몸에 밴 친절이 건재의 이유겠지? 집에 와서 바지를 입어보니 감쪽같이 잘 맞았다. 옷장을 뒤져 수선할 옷을 몇 벌 더 골라놓았다. 
 
 
 
김희정
퇴직교사로 캘리그라피를 즐겨하는 4살배기 손녀를 둔 할머니입니다. 많이 걷고 소통하자는 마음으로, 차량도 인터넷 주문도 덜 이용하자는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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