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시작의 시작 / 최수진, 현대무용가·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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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클릭! 이 사람] 시작의 시작 / 최수진, 현대무용가·안무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11살에 발레를 시작한 나는 18살이 되자 발레를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몇 살까지 발레를 할 수 있을까. 혹시 주역 발레리나가 되지 않아도 행복하게 출 수 있을까.’ 수많은 질문의 도착지는 ‘잘하는 것보다 즐길 수 있다면 오랫동안 사랑하고 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 자신이 정말 춤을 추고 있다고 느낀 첫 무대는 중학교 2학년, 현대무용 창작 작품을 했을 때였다. 포인트 슈즈를 벗고 맨발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자유이자 자신감 넘치는 경험이었다. 창작이라 춤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사실에 흥분되었고, 내 무대와 작품 이야기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었다. 처음으로 무대를 마친 뒤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고2 시절, 춤을 그만둘 자신은 없었던 나는 문득 가장 강렬히 느낀 무대를 떠올렸다. 춤을 계속 출 수 있다면 조금 더 즐겁고 오래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현대무용 선생님을 찾아갔다. 이를 계기로 발레에서 현대무용으로 전과를 했는데, 주변에서 모두 말리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놀랐다. 그러나 내가 내린 결론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동안 해온 발레가 전혀 아깝지 않았고, 남들보다 오래 했으니 나중에라도 도움이 되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지만.

무작정 용감해져야겠다며 대학에 진학했고, 춤의 표현과 현대무용의 즉흥, 창작, 안무 등을 거침없이 배워나갔다. 졸업이 다가오자 해외 무용단 경험도 꿈꿨는데, 이후 뉴욕 시달레이크(CEDARLAKE) 컨템퍼러리 발레단에 입단해 그동안 해온 춤,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재즈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했다. 내 모든 처음은 시작이 되고, 그 시작은 다른 시작의 출발이 되었다. 무용단에서 시디 라비, 오하드 나하린, 알렉산더 에크만 등 수많은 안무가를 만난 나는 작업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스토리, 생각, 감정을 내 춤 안에 녹여 그 무언가를 표현해내야 했다. 한동안 안무가로서 수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려 만족할 수 있었고, 안무가들과의 협업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낸 기쁨도 만끽했다. 

그렇게 4년 반쯤이 흐른 뒤 또 한 번 질문을 던졌다. 처음부터 내 생각과 감정으로 무언가를 찾아내 춤으로 표현한다면 즐거움과 만족이 더하지 않을까? 바로 도전해보고 싶었고, 어쩌면 이는 당연한 순서처럼 여겨졌다. 첫 안무 <out of mind>부터는 갤러리와 미술관 등의 공간을 활용해 접근했고, 다양한 장르의 춤, 영상, 연기, TV 프로그램 등 협업을 통해 작품을 만들었다. 가장 최근에 안무한 <디어 루나>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춤과 협업을 시도한 첫 작품이라고 한다. 물론 내가 출연하지 않고 안무만으로 작업한 첫 작품이기도 하다. 지금껏 모든 안무작은 직접 출연해야 하는 조건이었기에 한층 더 새로운 경험이었다.  

직접 춤을 추지 않고 바라만 보면서도 즐거운 작업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내적 갈등은 역으로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는 김주원 발레리나, 이승현 발레리노 덕분이었다. 두 분은 연습하는 매 순간을 본 무대처럼 최선을 다했고, 나는 그분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감을 받았다. 보고 있으면 더 만들고 싶었고, 다음을 향해 나아가고 싶어졌다. 이 모든 경험은 앞으로 나의 또 다른 도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다음 작품은 6월에 있을 제11회 대한민국발레축제의 안무 작품이다. 김지영 발레리나, 성창용 현대무용수, 이재우 발레리노가 출연하며 장르는 컨템퍼러리 발레이다. 2년 전부터 동양 신화에 관심을 가져온 나는 동양 특유의 매력을 한껏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신작 <시작의 시작>은 발레단과의 작업 확장성을 염두에 두고 구상했다. 이번에는 조건상 솔로, 듀엣 위주로 구성했지만, 이후에는 발레단과의 신작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시간이 갈수록 첫 도전에 대한 용기와 설렘은 즐거움과 책임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수많은 새로운 시작과 도전적인 작업, 그 안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시간을 소중히 다루는 법을 배웠고, 더 성실해졌으며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할 거라고 다짐했다. 이번 작품 역시 또 다른 첫 도전이다. 이를 시작으로 다음의 시작과 설렘으로 이어지길. 또한 즐거움으로 채워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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