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에세이] 봄, 그 황홀함으로 / 김영자,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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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그림이 있는 에세이] 봄, 그 황홀함으로 / 김영자, 화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봄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서

쓸쓸한 긴 겨울을 지나보내라.

오늘 보니 백양(白楊)의 뻗은 가지에

()에 없이 흰 새가 앉아 울어라.

오기를 기다리는 봄의 소리는

때로 여윈 손끝을 울릴지라도

수풀 밑에 서리운 머리카락들은

걸음 걸음 괴로이 발에 감겨라.

-김소월의 시 오는 봄

 

당연한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된 시대, 평범한 일상이 무너져버린 지금, 그래도 꽃은 피고 봄은 온다. 온기 가득 아름다운 빛과 향을 건네주며. 계절은 단 한 번도 우리 곁을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시각과 청각으로, 후각과 미각으로, 또 공감각으로 내 안과 밖의 세계를 온몸으로 감각하게 한다. 이러한 자연의 섭리와 순리를 위로 삼아 가만히 봄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엊그제 창밖의 세상과 대면하니 창문 가득 시 한 편이 나비처럼 살포시 내려앉는다.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마음속에 파고든 풍경은 나를 봄의 황홀경으로 초대한다. 봄이 나를 초대했는지, 내가 봄을 초대했는지. 이 찬란한 계절은 얼마 후면 거짓말처럼 신록(新綠)의 계절로 나를 또 이끌어가겠지. 무던한 시간은 살뜰히도 나를 챙기며 유유히 지나간다. 인생도 그렇게 강물처럼 흘러간다. 나만의 빛과 색과 결로 물들어가며. 어린 시절 틈만 나면 그림을 그렸던 기억, 대학 시절 김환기 교수님과 동기들이 함께 만들어간 아련한 추억, 가족과 거닐었던 온정의 뜰, 그리고 수많은 시절 인연들까지.

화폭에 녹아든 고요함과 평화로움은 그동안 내가 추구해온 그 무엇이다. 지금, 여기, 그대로의 그 어떤 것. 내 작품에는 늘 주요 메타포로서 이 등장한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은 과연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집은 내면의 평온함으로 다가온다. 인생의 따뜻한 꿈과 소망으로, 온화한 품과 숨결로. 그 꿈길을 따라 나는 오늘도 변함없이 붓을 들고 향긋한 홍차가 열어준 생각의 정원을 거닌다. 미적 세계로의 미음완보(微吟緩步). 어느새 새하얀 캔버스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개한다.

나는 무엇보다 아름다움그 자체를 추구한다. 작품을 보고 즉각적으로 느끼며 마음이 움직이는, 그 울림의 미학이 곧 나의 철학이다. 시각적으로 밝고 화사해진 신작 <엄마의 봄날>의 색채는 현재의 내 마음을, 내면의 빛깔을 반영한다. 언젠가 다시 가보고 싶은, 마음으로나마 가닿고 싶은 유토피아를 갈망하는 것이다. 새로운 여정을 떠나며 붓끝은 다시, 그리고 끊임없이 움직인다.

내 안의 생명력은 바로 붓끝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삶을 견인하는 아름다운 언어가 되어 미적 공간과 시간을 완성한다. 스스로 부단히 달려가야 비로소 달려오는 창작이라는 세계. 그곳에서 평생 나의 말과 글이 되어준 소중한 작품들. 나는 지금, 봄을 붙잡으며 나만의 언어로 지은 작품이라는 집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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