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手作] 친근한 일상의 풍경 / 백시내, 금속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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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예술
[재미난 手作] 친근한 일상의 풍경 / 백시내, 금속공예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칠보공예를 아시나요?’ 나의 작업은 이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보통 칠보공예에 관해 물어보면 ‘박물관에 있는 유물에서 봤어요’ 혹은 ‘사극에서 많이 봤어요’와 같은 대답을 종종 듣곤 한다. 물론 칠보공예를 알고 있다고 해도 ‘세련되지 못한’이라는 편견이 있기 일쑤였다. 금속공예를 하는 나는 이러한 시선이 불편했다. 칠보(七寶)는 고대 이집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이 금속공예의 역사와 함께한 전통성을 지녔고, 한정된 금속 바탕재의 색상으로 귀결되는 금속공예에서 칠보는 다양한 색상을 마음껏 활용할 귀중한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칠보가 단순히 ‘옛날 것 같다’가 아닌 엄청난 역사성을 지닌 현대적인 공예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본격적으로 칠보 작업을 시작했다.

나는 칠보의 많은 기법 중 유선칠보기법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선이 있는 칠보를 말한다. 이 기법은 구상적인 표현이 유리한 이점을 갖고 있어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을 표현해보자’라는 생각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일상’은 동시대인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칠보가 고루해 보일 수 있는 단점을 극복하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적절한 현대적인 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일상은 다양성이 존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유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커피를 들고 출근하고, 잠들기 전에 핸드폰을 하고, 약속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 등 한 번쯤 해봤을 법한 경험 같은 것을 말한다. 나는 이렇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평범한 순간들을 포착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을 작품에 표현한다. 친숙한 우리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통해 칠보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세련된 공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모티브를 위해 나는 평소에도 사진으로 기록을 많이 남긴다. 무의식에 가까운 사진 찍기로. 습관처럼 남긴 기록은 부자연스럽지 않고 순간, 찰나의 기록을 남길 수 있다. 남들이 보면 의미 없이 마구 촬영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자료는 쌓이면 쌓일수록 좋다. 작품을 할 때, 수많은 이미지를 놓고 고를 수 있다는 것은 작업에 있어서 큰 복이지 않을까. 나는 나의 이 습관이 정말 좋다. 이렇게 몇몇 기록물을 골라내 사진을 드로잉으로 옮기고, 금속선으로 드로잉을 다시 표현한다. 

두 번의 작업 과정을 통해 모티브를 보다 보면 ‘내 기분은 이때 좀 슬펐는데’, ‘이 사람 무덤덤해 보이네’와 같은 감정도 느껴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히 일상의 ‘표면적인 모습’을 표현하다가 장면에 ‘감정’을 담고 싶어졌다. 말이 없는 드로잉 안에 손의 언어, 몸짓의 언어와 같은 것들을 더 디테일하게 표현하기 시작했다. 보통 유선칠보기법에서 금속선의 역할은 칠보의 색을 나누기 위한, 색을 구분 짓기 위한 벽으로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나의 금속선은 색을 구분 짓는 것이 아닌 일상의 풍경, 감정을 그려내는 사색의 선이다. 이러한 일상의 풍경과 차분한 색감을 통해 칠보를 우리 삶의 가까운 위치로 불러내고자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하고, 친근한 일상의 풍경이 작은 장신구 안에서 자유롭게 펼쳐진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일이 있다면 수많은 도전을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그랬다. 금속공예를 접한 후, ‘이건 내 길이다’라는 확신이 들어 많은 도전을 시도했고, 그 끝에 오는 성취와 실패는 일상의 기분을 좌지우지했다. 아직도 많은 도전을 하고 있고, 여전히 그 결과에 일상이 흔들리는 건 마찬가지다. 그럴 때마다 예나 지금이나 즐기는 작업은 칠보이다. 그래서 나에게 칠보 작업은 치유의 과정과도 같다. 딱딱하고 엄격한 금속 작업은 대부분 완벽한 설계와 바탕으로 작업이 진행되지만, 칠보를 사용하면 금속 표면 위에 다양한 드로잉과 색으로 자유로운 일상의 나래를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칠보 작업을 하며 치유되는 것처럼 내 작품을 통해 사람들도 따뜻한 일상성과 치유를 받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공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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