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희망의 선율로 / 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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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클릭! 이 사람] 희망의 선율로 / 김수연 바이올리니스트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바이올린과 함께했습니다. 바이올린은 이제 저의 모든 것이자 존재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저의 운명인 바이올린. 많은 분들이 언제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물어보곤 하십니다. 저는 천명이 넘는 관객석이 있는 콘서트홀과 그보다 작은 수백 명 정도 입장하는 공연장에서 연주자로 활동하기도 하고, 여러 기업들에서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한 강의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이나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많은 분과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있습니다. 

저의 생각과 느낌을 바이올린 연주와 말을 통해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며 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두 권의 책을 출간하여 글로도 많은 분과 만나고 있습니다. 첫 만남, 첫 인연, 첫사랑 등 우리는 자신의 인생에 최초로 무엇을 마주한다는 것에 의미를 둡니다. 만약 그 처음이 앞으로 살아가는 여정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 아주 특별한 처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바이올린과의 만남이 그렇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8월의 더운 여름날 오후, 점심을 먹고 나른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피아노를 전공하신 어머니께서는 변함없는 일상의 모습대로 LP판을 골라 좋아하는 곡을 선곡해 음악 감상을 하고 계셨습니다. 무심코 방에서 흘러나온 음악을 듣고 있던 중 마음을 쿵쾅거리게 하고 어린 마음을 이리저리 움직이게 만드는 멜로디가 들렸는데, 저는 그 선율을 쫒아가 오디오 앞에 섰습니다. 저에게는 엄청난 크기의 울림으로 느껴졌습니다. 

바로 그때 흘러나온 음악은 러시아 작곡가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P.I Tchaikovsky 1840~1893)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라장조 작품 번호 35번이었습니다. 바이올린이라는 악기 소리를 처음 듣게 되었고, 그 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웅장하고 가슴 울리는 애잔한 음악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었습니다. 그 순간 ‘나도 저렇게 연주하고 싶다!’라는 막연한 결심이 마음속에 두근두근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방과 후 수업으로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되었고 결국 음악을 전공해야겠다고 결심하여 본격적으로 바이올린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 수줍음 많고 내성적인 아이였습니다. 지금의 모습과는 참 많이 다릅니다. 어렸을 때의 성격으로는 절대 누구 앞에서 연주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 무대공포증도 겪었습니다. 혼자서 연습할 때와 한 사람만 저의 연주를 보고 있을 때 엄청난 긴장감으로 인해 연주 실력에 엄청난 차이를 보였습니다. 바이올린 연주를 전공한다면 무대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반드시 이겨내야 했습니다. 제가 본래 갖고 있던 내향적인 모습을 외향적으로 변화시켜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어찌 되었든 이겨내어 현재 저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제가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너무도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성격을 바꾸는 것부터 수없이 반복되는 연습 시간을 견뎌내야 하는 인내, 많은 시간 연습한 만큼 연주회에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했을 때 오는 절망감과 좌절 등, 음악을 전공하면서 겪어내야 하는 어려움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고통은 바이올린을 향한 애정의 문턱을 넘어올 수 없었습니다.

제가 바이올린을 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봅니다. 바이올린이 없는 제 인생은 마치 흑백 사진 같은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제가 바이올린을 손에 쥐었을 때 알록달록 색깔이 입혀집니다. 저를 살게 하는, 저를 빛나게 하는 고마운 존재가 바로 바이올린입니다. 그래서 바이올린을 제 인생에 마주하게 된 그 순간이 아주 특별한 첫 순간입니다. 

작년부터 정신없는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음악가로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현실입니다. 사람들과 함께 모여 소통하고 공감해야 하는 일을 하는 직업인데 말입니다. 하지만 이전의 클래식 음악의 작곡가나 연주자를 보면 위대한 존경을 받는 예술가는 그 시대와 진정으로 소통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과연 이 시대에 음악가로 살아가면서 저의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요즘입니다. 저의 모든 것, 저의 운명인 바이올린과 함께. 그리고 힘들고 지칠 때 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그 처음의 바이올린 선율을 생각하며 이겨나갈 것입니다.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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