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에세이] 가을로 가는 길 / 김민정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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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그림이 있는 에세이] 가을로 가는 길 / 김민정 화가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가을로 가는 길 위에서 문득 ‘의미’가 된다는 건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는 이름을 불러주니 비로소 나에게 왔다고 했다. 나에게는 행복이 그러했다. 행복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름을 불러주었더니 어느새 나에게로 다가왔다.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시간도 있었다. 꼭 불행해서가 아니라 그저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그냥 살아지는 대로 살았던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행복한 기린의 모습을 그리면서 나는 조금씩 행복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나 자신도 행복을 느끼고 더욱더 원하게 되면서 행복을 얻게 되었다. 결국 나에게는 행복이 의미 있는 일이 된 것이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그것을 깊이 생각한다는 것이고, 그것에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생펙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여우는 이를 “길들여지는 것”이라고 했다. 즉,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관계 맺기는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어떤 의미로서 존재한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전혀 예상하지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의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지금, 다시 우리는 또 다른 어떤 것에 의미를 부여해야만 한다. 그래야 그것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은 곧 삶의 원동력과 기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동안 여행에서 받았던 영감을 이제는 도심에서 피어난 자연에서 찾아보려고 한다. 모든 것이 그저 스쳐 가는 자연이지만, 나름대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해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기처럼 해맑은 웃음과 모나리자의 엷은 미소와 같은 삶의 순간들을 그림에 담다 보니 그림을 보는 이들은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해준다. 

누군가를 웃게 만들어주는 그림, 행복을 담은 그림, 전율을 느끼게 하는 그림, 희망을 전하는 그림…. 이런 긍정적인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행복한 오솔길을 걷게 된다. 이처럼 예술은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해주고 편안하고 작은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행복,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이런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에 활기찬 에너지를 입히고, 그 순간만이라도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은 행복을 만든다. 봄에 뿌린 씨앗이 다시 희망의 씨앗이 되어 열매를 맺는 가을이다. 가을에는 우리 모두의 희망처럼 행복의 열매가 풍성하게 열렸으면 좋겠다. 

어깨 위를 기분 좋게 스치는 선선한 바람과 아름다운 빛깔로 물들어가는 나무들 사이에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일상의 크고 작은 행복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그저 작업실로 향하는 발걸음만이 소소하지만 소중한 기쁨이 되었다. 

오늘도 바다처럼 깊고 드넓은 푸른 하늘에 떠있는 구름을 보면서 문득 그 위를 사뿐사뿐 걷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가을, 이 충만한 계절에 행복이 전해지길 바라며.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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