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주 스님이 학이 되어 하늘로 올라간 날, 모악산의 하늘은 맑기 그지없었다. 금산사의 높은 곳에 있는 금강계단에는 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7월 26일, ‘태공당 월주 대종사’의 영결식과 다비식이 조계종단장으로 엄숙히 진행됐다. 종정 진제 스님과 문도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은 월주 스님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영결식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처영문화기념관에서 진행됐다.

월주 스님 상좌이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영결사 말미에 참았던 눈물로 스승의 존호를 불렀다. 

“태공당 월주 대종사이시여! 
속환사바(速還娑婆)하소서!”

종정 진제 스님은 “대종사께서는 생사무상(生死無常)의 고통을 느끼고 출가를 단행하신 이래 수행과 포교와 중생구제가 불이(不異)함을 일생일관으로 실천한 선지식”으로 추앙했고 “역겁(歷劫)에 매(昧)하지 않고 진리의 삼매락을 누리소서”라며 추모했다. 



사부대중의 비통함을 배웅 삼아 이동하는 월주 스님의 법구. 금산사 말사 진북사 동찬 스님, 위봉사 주지스님과 선방 대중, 신광사 주지스님과 대중스님 등 비구니스님들이 반야용선을 상징하는 꽃 장엄으로 법구를 감쌌다.
특별히 가슴에 담긴 것은 광주 5·18 민주화운동 관련 단체의 추모글과 “월주 스님 어데갔노” 하는 나눔의 집 할머니들의 영상이었다.

“歸一心源(귀일심원)  饒益衆生(요익중생).”

중생을 구제하고 인류의 행복을 위한 길을 걸어온 스님은 세수 87년, 법납 68세로 사바세계와의 인연을 마치고 모악산과의 이별로 향했다. 

영결식을 마친 월주 스님의 법구는 대적광전과 미륵전에 들러, 세상과의 인연을 다했음을 부처님 전에 알리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만장을 앞세운 법구는 멀지 않은 곳에 마련한 연화대 위에 모셔졌다. 모악산의 하늘은 왜 그리 맑고 높은지, 모악산의 바람은 어찌 그리도 숨소리만 한지. 스님의 온기를 간직하고자 하는 모악산의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월주 스님의 상좌 도법 스님이 그 마음을 대변했다. 


영결식을 마친 월주 스님의 법구는 금산사 대적광전과 미륵전에 들러 세상과의 인연이 다했음을 부처님 전에 고하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마침내 이별의 자리에 섰습니다. 큰 슬픔이 가슴 
가득 차올랐습니다. 눈을 감고 고요한 침묵으로 
떠올려 봅니다. 경전을 펼치기도 하고 때론 신문 
방송을 보기도 하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 걸음걸음들이 모이고 모여 
고풍스러운 마을의 느티나무처럼 싱그러운
삶으로 펼쳐졌습니다.” 

문도스님들이 법구를 연화대 깊숙이 안치하자 어떤 이는 코를 훌쩍이며 눈시울을 적셨고, 어떤 이는 ‘나무아미타불’을 염하고, 어떤 이는 이 풍광을 마음속에 담기 시작했다.

“태공당 월주 대종사이시여!
공겁(空劫) 이전에도 나툰 적 없고 
공겁(空劫) 이후에도 떠난 적 없는
대종사의 본지풍광(本地風光)은
생사(生死)입니까, 열반입니까?”
- 선원수좌회 공동대표 일오 스님

불! 법! 승! 사부대중의 합송으로 연화대에 불이 들어갔다. 월주 스님의 법구는 지수화풍 사대(四大)로, 금산사가 위치한 모악산의 땅과 물, 불과 바람이 됐다. 



“作夜石女生獅子 (작야석녀생사자)
今朝鶴舞飛蒼天 (금조학무비창천)
어젯밤에 석녀가 사자 한 마리를 낳더니
오늘 아침에는 학이 춤을 추고 하늘로 날아가네.”
-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세민 스님


다비 후 수습한 유골은 상좌인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한 스님들이 
법당으로 옮겨 봉안한 뒤, 극락왕생을 발원하며 기도를 드렸다. 
 

사진. 유동영

 


대종사 월주 스님 행장

1935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법주사로 출가해 선지식 금오 스님을 은사로 모셨다. 1954년 법주사에서 금오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56년 화엄사에서 금오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1966년 제2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으로 선출된 이래 조계종 총무원 교무부장, 총무부장, 중앙종회의장 등 공직을 맡아 종단의 초석을 다졌다. 

1980년 4월 조계종 제17대 총무원장으로 추대됐으며, 12·12 사태와 5·17 쿠테타로 권력을 장악한 군부정권의 지지성명을 거부하고, 정부 통제에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찾아 시민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조국평화통일불교협회장, 실업극복국민공동위원회 위원장 등 사회의 고통 극복 최일선에 서며 종교계 큰 어른의 본분을 다했다. 중생 구제와 인류 행복 염원의 길을 걷던 스님은 2021년  7월 22일 오전 9시 45분 금산사 만월당에서 법납 68세, 
세수 87세로 원적에 들었다. 

출처 : 불광미디어(http://www.bulkwang.co.kr) 

[출처] 월간불광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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