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한국 미스터리 리부트(백휴, 박인성, 한이 대담)

내 캐시 : 0 캐시

총 결제 캐시 : 0 캐시

사용후 캐시 : 0 캐시

기사
문화·예술
[특집] 한국 미스터리 리부트(백휴, 박인성, 한이 대담)
  • 출판사화남
  • 잡지명계간 미스터리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2015년 〈머니투데이〉에 실린 한 인터뷰에서 “장르문학은 원초적 재미를 넘어서지 못하고 휘발성 강한 텍스트로 뭉쳐 상업적 본능에 충실하다. 수준 낮은 작품을 끊어주는 생각하는 독자들의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대중문화가 반짝거릴 호황이 있는 것처럼 이 역시 ‘한때’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순수문학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본다”는 남정미 출판평론가의 말도 인용했다. 그로부터 6년여가 흐른 2021년, 장르문학은 여전히 강세고, 순수문학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명성과 호황에 비해 한국 추리소설은 아직 캄캄한 터널을 통과 중이다. 어렴풋이 출구의 환한 빛이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터널 안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이번 호 《계간 미스터리》에서 한국 추리문학이 기나긴 터널을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오랫동안 불모지나 다름없는 추리소설 평론 분야에서 고군분투해온 백휴 작가와 전방위 문학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인성 교수를 모시고 대담을 나누었다.

 


 

 

박인성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요. 우선 한국에서 장르문학에 대한 인식 변화가 아직도 일천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이유는 아무래도 지금까지 전체적인 문학 장을 이끌어온 동력 자체가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이라든가 진지한 문학성의 탐구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순문학 안에서 자신들의 에콜 싸움을 계속해왔던 문지나 창비 같은 몇몇 출판사들의 문학 가치에 대한 선점, 그리고 그것을 계속해서 확장하려고 해왔던 노력들 속에서 장르문학을 장르문학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가 정착하기 어려웠다고 봅니다. 특히 저는 장르문학이 한국에 뿌리내리기 어려운 상황 가운데 하나가 장르문학의 훌륭함을 이야기하려면 늘 문학성이라는 개념을 동반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 탓도 있다고 보는데요. 그러다 보니 장르문학이 성공했을 때 그 자체로 상찬하고 의미를 평가해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비평적 여유로움이 부족했던 거죠. 말씀하신 《미스테리아》 같은 잡지도 한국 미스터리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에 순문학의 동력이 사라져가고 있는 과정 안에서, 문학성의 외연을 어떤 방식으로든 확장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로 미스터리나 SF 같은 장르문학에 대한 호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백휴 저는 한국에서 장르문학, 특히 추리소설이 받아들여지는 데 한계가 있는 이유가 교육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도덕 교육을 받는 데 비해, 서양에서는 법적인 의무와 책임감만 강조하지 그런 부분에 대한 교육은 없거든요. 예를 들면 스와핑이라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비도덕적인 일이지만, 그들의 입장에서는 세금을 안 내는 것도 아니고 부부 사이에 합의만 된다면 가능하다고 보는 거죠. 우리는 어려서부터 도덕 교육을 받다 보니까 치정 문제를 비롯해서 추리소설에서 다루는 여러 가지 사건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접근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강제적인 주입식 도덕 교육을 덜 받은 젊은 세대는 추리소설이 다루는 사건들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면서 수용의 폭이 넓어지겠죠.

 

박인성 지금 말씀해주신 부분은 요즘 순문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윤리성에 대한 강조와도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문학계에서 문학성이 윤리성의 문제와 등치되어가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고, 젊은 작가들이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작품에서는 단 한 명의 캐릭터도 쉽게 도구적으로 죽이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캐릭터를 소모적으로 활용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죠. 그런데 우려스러운 점은, 이러한 접근 방식이 당연해지면 장르에 대해 거부 반응을 가지는 일반 독자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거죠. 추리소설의 핵심이라면 가상의 사건을 통해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사회화된 의미에서 인간의 생명을 바라보는지, 사회적으로 범죄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다양한 의문이나 질문을 수행하는 것인데 기본적인 전제부터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허용 가능한 부분이 있는데, 미스터리 장르 안에서의 기본 전제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독자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이 순문학에서 그런 경향이 주도적인가요?

 

박인성 최근 순문학에서 개인에 천착하는 이야기들, 개인과 구조의 대결 구도 안에서 소수자나 약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억압 혹은 차별을 주로 이야기하다 보니까 그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나 생명에 대한 위협을 아무리 소설이라고 해도 너무 편의적으로 다루지 말자, 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공유되는 것입니다.

 

백휴 문화예술을 윤리나 가치관으로 따지면 작가의 어떤 표현 방법이나 소재를 배제하려는 경향이 나타나죠. 그리고 그런 경향의 첫 번째 피해자는 늘 추리문학이었어요.

 

한이 장르문학을 이야기하면서 SF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제가 출판 관계자들에게 SF와 추리가 같은 장르인데 한쪽만 흥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우스갯소리로 SF가 돈을 잘 끌어와서 그런다고 하더군요. (웃음) 한국 사람들이 과학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어서 과학 관련 기업이나 공기업과 연계해서 지원사업을 하기가 훨씬 쉽다고. 추리는 아무래도 범죄를 주로 다루다 보니 그런 점에서 애로 사항이 있죠. 어쨌든 최근 10년 사이에 SF는 장르문학으로서 상당히 비중 있는 위치로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박인성 2010년대 초반에 듀나를 포함해 배명훈, 김이환 등의 작가들이 문학과지성사 같은 출판사에서 책을 내고, 약간의 비평적 작업이 이루어지면서 SF에 대한 본격적인 조명이 이루어지나 했지만 그렇게 의욕적이지는 않았습니다. 그 후 약간의 공백이 있다가 2016~2017년을 기점으로 김보영이나 김초엽 작가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대중의 인식이나 관심도가 달라졌죠.

 

 

------------

* 전문은 《계간 미스터리》 2021 가을호에서 확인해주세요.

 

 

[출처] 계간 미스터리 (2021년 9월)
ⓒ 본 콘텐츠는 발행사에서 제공하였으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관련 잡지
계간 미스터리
정기구독가[12개월]    55,000원 55,000 (0% 할인)
발행사 : 화남  |  한글 (한국) 계간 (연4회)  | 
주 제 : 문화·예술
발행일 : 3월 6월 9월 12월
발행사의 기사


관련 분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