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환승역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울처럼 노선이 많고 복잡할수록 꼭 필요한 것은 바로‘환승역’이다. 언젠가 잠이 덜 깬 채로 정신없이 출근길에 올라 넋 놓고 있다가 환승역을 그냥 지나쳐 낭패를 본적이 있진 않은가? 이렇게 비몽사몽한 지하철 안 현대인들의 인지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음악에 대해 음악 심리학적 접근으로 다가가 보았다.

“이번 역은 양재, 양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강남이나 광교 방면으로 가실 고객께서는 이번 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지금 이 안내방송의 멘트를 본 순간 익숙한 그 ‘음악’이 머릿속에서 흘러나올 것이다. 유별나게 요란한 이 음악은 주위가 얼마나 분주하든, 얼마나 정신이 없든 상관없이 “나 내려야 해!’하고 알려주는 것만 같다.

그렇다면 이 환승역의 음악과 우리의 행동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으며 우리의 지각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음악에 대한 인간의 반응은 우리 삶의 중요한 구성요소로서 삶 자체를 표현할 뿐 아니라 인간 활동 전반에 영향을 준다.

레몬 사진을 몇 초 동안 지켜보면 우리가 레몬을 짜서 입에 넣은 것처럼 입속에 침이 나오는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우리의 혀가 직접 신맛을 본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마치 레몬맛을 느낀 것처럼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레몬을 한 번도 맛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레몬 사진을 보아도 신맛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레몬을 맛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시각기관을 통해서도 우리의 경험 속에 기억된 맛과 결합해 신맛을 느낀다는 뜻이다.

위 내용을 음악의 관점으로 보면, 음악은 강력하고 복합적인 자극제로서 인간에게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뇌는 우리의 모든 기능을 담당한다. 이를 생각하면 음악이 어떻게 뇌를 활성화 시키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음악지각’과 ‘인지신경과학’ 분야는 인간의 두뇌에서 음악이 어떻게 지각되고 처리되는지에 대한 정보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런 정보들은 우리의 기능에 미치는 음악의 영향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음악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이 두뇌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알게 해준다. 즉, 음악은 독립적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음악 외적인 요인들과 연상 작용을 일으켜 기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행동주의 접근법에 기초한 음악치료가 될 수 있다. 행동주의란 우리가 어렸을 적 배웠던 ‘파블로프의 개’실험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개에게 밥 시간마다 종소리를 들려줬더니, 나중엔 종소리만 들려줘도 침을 뚝뚝 흘린다는 내용이다.
인간 행동 또한 대부분이 학습된 것이므로 어떤 행동에 따르는 환경 자극을 조절, 통제하면 새로운 행동을 형성, 유지하거나 제거할 수 있다. 이를 전제로 음악치료에서는 긍정적인 행동의 증가 및 부정적인 행동의 감소 변화를 비교함으로써 음악의 영향과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음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들을 보았을 때 우리가 지하철 안에서 졸다가 음악이 나오면 화들짝 깨어나 내리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럼 이제 우리는 음악으로 우리만의 루틴을 만들어보자. 마치 영화 ‘인셉션’처럼 몰입이 필요한 시간에 음악을 듣고 시작해보자. 수영선수 박태환이 시합 때마다 경기장에서 마인드 컨트롤을 위해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처럼 음악을 활용해서 뇌가 특정 행동을 좋아하도록, 아니면 몰입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낸다면 중요한 일을 할 때 마음의 안정과 집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월간 리뷰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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