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스토리]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커 / 윤성원, 주얼리 칼럼니스트·더쇼케이스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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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아날로그 스토리]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의 초커 / 윤성원, 주얼리 칼럼니스트·더쇼케이스랩 대표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나는 뉴욕으로 출장을 갈 때마다 ‘뮤지엄 마일’을 한 바퀴 돈다. 그런데 유달리 설렘으로 가득 차오를 때가 있었으니 바로 노이에 갤러리(Neue Galerie)의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Adele Bloch-Bauer)의 초상화 I>를 만나는 날이었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황금빛 배경과 기하학적 형상 때문인가, 모델의 관능적인 표정 때문인가? 이 그림은 매년 마주해도 질리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여인의 목에 둘러진 하얀색 초커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목이 꽉 조이다 못해 분리된 듯 묘한 분위기를 풍기더니 초커 아래로 두 손을 모은 몸짓에서는 간절함마저 느껴지는 게 아닌가. 혹시 그녀는 일렁이는 황금빛에 숨겨진 차가운 진실이라도 외치고 싶던 것일까?

이 그림은 1903년 아델레의 남편인 페르디난트 블로흐 바우어(Ferdinand Bloch-Bauer)가 구스타프 클림트에게 주문한 것이다. 클림트는 금박 은박을 문지르고 장식적인 무늬를 수놓아 예술 후원가이자 살롱을 운영한 빈의 상류층 유대인 여인의 정열적이고 당당한 이미지를 부각했다. 게다가 살짝 벌린 입술과 붉게 물든 뺨, 순진무구와 갈망을 오가는 나른한 눈빛이라니. 이토록 신비로운 그림의 탄생과 함께 스물여섯 살의 아델레는 빈 분리파의 완벽한 파트너로 거듭났다. 

그림 속 아델레가 착용한 초커와 귀걸이 역시 남편의 선물이었다. 다이아몬드와 백진주로 촘촘하게 세팅되고 목에 딱 붙게 재단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유행한 스타일이다. 정면과 옆면에는 루비와 사파이어가 포인트로 장식되어 있고, 뒷면에는 작은 진주가 빼곡히 채워져 있다. 아델레가 병으로 요절한 후 페르디난트는 조카인 마리아 알트만(Maria Altmann)에게 이 초커를 결혼선물로 주었다. 

나치가 강탈해간 아델레의 초커

세계 2차 대전을 1년 앞둔 1938년, 오스트리아는 ‘오스트리아의 아들’인 히틀러의 나치 독일에 의해 강제로 합병되었다. 빈에 입성한 나치는 예술에 조예가 깊은 유대인들의 저택에 걸려 있던 미술품을 몰수하고 금고를 탈탈 털어갔다. 블로흐-바우허 가문의 저택에도 들이닥쳐 클림트의 작품 다섯 점은 물론 아델레의 초상화 속 초커와 세트 귀걸이를 강탈했다. 초커는 결국 히틀러의 오른팔이던 공군 원수 헤르만 괴링(Hermann Wilhelm Göring)의 손에 들어가 그 부인의 목에 걸리게 된다. 

1941년 아델레의 초상화는 빈의 벨베데레 미술관에 안착했지만, 황금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주인공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은 철저히 은폐되었다. 아델레의 이름은 지워진 채 <레이디 인 골드>로 불리기 시작했다. 한편 2차 대전 중 미국으로 망명한 마리아 알트만은 1998년 유대계 변호사 쇤부르크와 함께 숙모의 초상화들을 되찾는 소송을 제기했다. 무려 8년이나 이어진 외로운 싸움이었는데, 2006년 승리의 여신은 기적처럼 마리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녀는 노이에 갤러리의 설립자인 로널드 로더에게 1억 3500만 달러에 그림을 넘겼다. 

그나저나 ‘오스트리아 국립 미술관’에서 뜯어온 아델레의 초상화 두 점은 모두 뉴욕에 정착했지만 초커의 행방은 지금까지도 알 길이 없다. 나치의 패망 후 해체되어 처분된 것일까? 아니면 전범국의 만행과 부끄러움을 알고 있는 누 누군가의 금고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것일까?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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