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人터뷰] 새로운 삶으로의 여정 / 안젤로 델 베키오×지안 마르코 스키아레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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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아름다운 人터뷰] 새로운 삶으로의 여정 / 안젤로 델 베키오×지안 마르코 스키아레띠
  • 출판사월간에세이
  • 잡지명월간에세이 Essay

“인간, 예술가, 개인은 그 거대한 덩어리들 위에서 작자의 이름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인류의 지성만이 거기에 요약되고 합산된다. 세월은 건축가이고 민중은 석공이다.”11831년, 빅토르 위고는 사회의 균열과부조리를 고발한 <파리의 노트르담 Notre-dame de Paris>을 세상에 내놓았다. 19세기의 창으로 소설의 배경이자 주제, 실질적 주인공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외연과 내연을 확장하며 15세기의 파리를 조명한 것. 중세적 관념이 응축된 건축술은 ‘돌의 책’으로, 근대 지식혁명의 씨앗을 배태한 인쇄술은 ‘종이책’으로 시대적 가치를 축조했다. 이는 원작의 본질에 충실한 동명의 뮤지컬 넘버 <대성당의 시대><피렌체>에도 함축되어 있다. 르네상스의 태동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한 격동기에 파편화된 개인들은 어떤 삶을 영위했을까. 예술성을 토대로 대중성과 동시대성까지 확보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이하 노담)의 두 주역 안젤로 델 베키오(Angelo Del Vecchio·콰지모도 역-사진상 좌측), 지안 마르코 스키아레띠(Gian Marco Schiaretti·페뷔스 역-우측)를 만나 무대를 관통하는 삶의 행간을 읽어보았다. 

“<노담>에는 시간을 초월하는 가치와 관객을 사로잡고 공감케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또 작곡가의 천재성이 만들어낸 음악도 있죠. 세트, 조명 등 기술적인 부분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감히 예언할 순 없지만 앞으로도 인기는 계속될 것 같아요. 수 세기 전부터 살아남은 오페라처럼(안젤로). 다른 작품과 달리 작곡가가 의뢰받고 쓴 게 아닌 가슴으로 낳은 자식처럼 만들어져서 특별해요. 그가 몇 년에 걸쳐 자신의 감정을 모두 담아냈기에 성공했고, 이런 <노담>의 승리는 계속될 거예요. 지금도 마법 같은 경험을 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다시 무대에 서니 삶을 되찾고 드디어 숨을 쉬는 느낌이라 너무 기뻐요.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요(지안 마르코).”

위고가 “돌의 거대한 교향악”이라고 명명한 노트르담 대성당처럼 <노담>도 예술적 상상력과 시대정신으로 쌓아올린 거대한 교향악이다. 한때 사라질 뻔했던 이곳은 위고에 의해, 또 다양한 장르로 변주된 작품들에 의해 생명력을 얻었다. 시대와 시절, 세기와 세대를 넘어선 견고한 텍스트로서. 이러한 작품의 시의성과 핍진성은 ‘숙명(Fatalité)’2이라는 주제어 앞에 발길을 머물게 한다. 이 묵직한 말의 무게와 울림을 그들은 어떻게 체감하고 있을까.  

“숙명은 인류 공통의 감정이에요. 저희도 새로운 미래를 위해 노력하지만 모두 통제할 순 없죠.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그랭구와르가 가장 행복한 순간에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졌듯이 우리는 늘 숙명을 안고 살아가죠. 하지만 숙명을 고통으로 느껴서는 안 돼요(지안 마르코). 지금 겪고 있는 상황도 숙명이에요. 모두 중단해야 할 숙명이 찾아왔었지만, 다시 공연하는 것처럼 언제나 숙명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죠(안젤로).” 

<노담>은 댄서들과 조명이 빚어낸 장식적이면서도 절제미 넘치는 미장센, 서사를 견인하는 싱어들의 합으로 플롯의 완결성과 미학적 완성도를 높였다. 극중 그랭구와르(음유시인·화자)는 서사 안팎을 넘나들며 인물들을 잇고, 다양한 주체들의 목소리는 시대의 담론을 일깨운다. 미추와 선악, 종교와 자유의지, 사랑과 욕망, 민족과 계층, 배제와 차별 등 인간사에 내재화된 성문들을 향해 분노하고 분열한다. 넘버 <불공평한 이 세상>에 담긴 콰지모도의 절규처럼. 

“이 넘버는 콰지모도의 감정을 완벽히 표현하고, 작품 전체를 잘 요약해줘서 좋아해요. <달>도 좋아하는데, 달과 대화하듯 내밀하게 내면을 드러내고 다양한 감정을 엿볼 수 있어서죠. 기술적으로는 <성당의 종들>, 감정적으로는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가 어려운 넘버고요. 마지막에 모든 감정을 토해내며 터뜨려야 하니까요(안젤로). <괴로워>가 페뷔스의 이중적인 감정을 잘 담아내서 좋고, <아름답다 Belle>도 좋아해요. 노래하다 보면 관객도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구나, 알게 되죠(웃음). 특히 콰지모도의 사랑에 감정 이입이 되더라고요. 가장 솔직하고 진정한 사랑이라서. 가사가 한 편의 시와 같죠(지안 마르코).” 

1998년 초연 이후 전 세계 1,500만 명을 매료시킨 <노담>이 재미와 의미를 극대화한 아름다운 언어로 회자되는 것은 보편성에 함몰되지 않은 개별성에 있다. 이 작품을 3개 국어(이탈리아어·영어·프랑스어)로 연기한 유일한 배우인 안젤로는 서로 다른 언어적 뉘앙스로 섬세한 내면의 선과 결을 따르고 있다.  

“10대 때 <노담>이 약 10개 국어로 불린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어요. 13~14살 때쯤 처음 이탈리아어로 불렀는데, 프랑스어로도 해보고 싶었죠. 여러 언어로 부르고 싶은 목표 의식은 있었어도 모르는 언어로 감정을 전달하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오히려 의미를 모르니 발음과 음정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연습이 됐죠. 이탈리아어(모국어)로도 다른 감정을 만들어내는 시도와 배움의 기회가 됐고요(안젤로)”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의 또 다른 참여작 <로미오와 줄리엣 Giuilietta e Romeo>(2007)에서 인연을 맺은 뒤 “인생작”이라는 <노담>에서 재회한 그들은 동료이기 전에 오랜 친구로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지안 마르코가) 무대 위에서든 인간적으로든 완벽을 위해 늘 노력하는 모습에 영감을 받고”, “(안젤로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늘 영광이며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노담>을 상징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초점을 자신으로 옮겨서는 앞으로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노담>에 기여한 배우(안젤로)”, “라이브의 힘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지안 마르코)”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첨언했다. 서로의 에너지가 시너지로 발현된 이 “꿈의 무대”에서 관객에게 물음표로 다가와 마침표가 된 그들은 어떤 새로운 삶으로의 여정을 꿈꾸고 있을까. 

“공연장 위의 삶이 곧 저희의 삶이라 이 삶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요. 저는 지금 아름답고 위대한 여행을 하고 있어서 끝을 생각만 해도 안타깝고 슬퍼요. 언제든 <노담>에 돌아올 기회가 생기면 두 팔 벌려 환영할 거예요. <노담>은 들어올 때도 나갈 때도 울게 하거든요(지안 마르코). 작년에 코로나19로 조기 폐막하고 다시 무대에 서니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느낌이에요. 한국의 멋진 무대와 환경이 이런 감정을 더 들게 했죠. 10년간 해오면서 변치 않은 점은 콰지모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에요. 감정의 스펙트럼이 넓고 깊은 캐릭터라 새로운 점을 발견 중이고, 캐릭터에 인생의 교훈을 담아 저와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죠(안젤로).”

신이 주신 최고의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라는 말처럼 그들은 농도 짙은 감정을 밀도 높은 연기로 녹여내 감동의 진폭과 진동을 더했다. 무대 위 수많은 타자의 노래는 결국 휴머니즘을 향한 우리 모두의 노래가 아닐까. 오늘도 무대 위에는 시간의 예술이, 예술의 시간이 축적된다. 삶을 짓는 ‘음(音)의 책’이.

글. 사진 김신영 편집장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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