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에세이] 당신에게 꽃다발을 / 배성미, 화가

몇 년 전, 가장 친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몸이 좋지 않아 검진을 받기 위해 3일간 병원에 왔으니 한번 들르라는 내용이었다. 나는 일요일에 가보겠다고 말을 전하고는 다른 일들로 분주한 나머지 그만 그 일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2주 후, 그 친구는 급성 임파선 암으로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입원해서 면회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친구로서 큰 죄책감에 빠져 만나보려고 많은 노력을 해봤지만, 결국 만날 수 없었다. 

그리고 6개월 뒤,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와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면서 간호해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그날은 전시 일정 차 스페인으로 떠나기 2일 전이었다. 하지만 나는 만사를 제쳐놓고 친구에게로 달려갔다. 병실에 들어서서 6개월 만에 보게 된 친구의 모습은 그동안 어떻게 병마와 싸워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제 나아가는 과정 중 바로 전에 수술을 해서 몸은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정신은 또렷했다. 그날 나는 최선을 다해 친구를 간호했고, 우리는 밤새 앞으로 함께할 많은 일들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오후, 나는 스페인 갔다 와서 바로 올게라는 인사를남기고 병원 문을 나섰고, 몇 시간 뒤 예정대로 스페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그 다음날, 나는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그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문자를 받게 된 것이다. 순간 눈앞이 하얘지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머리가 텅 빈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니 그 친구는 마지막 길을 내게 선물해 주었고, 하나님은 내게 인생의 교훈을 가르쳐 주셨다.

누군가 나에게 인생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뭐라고 하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날 이후 생각해왔던 말로 대답하곤 한다. “인생은 감사다라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감사라는 것을 하나님이 깨닫게 해주신 것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나는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왔다. ‘감사함을 어떻게 그릴까하고.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축하와감사의 마음을 꽃다발에 담아 드리곤 한다. 이 세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내 곁에 있어준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꽃다발을 통해 전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서 있는 그 고마운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해 드리는 꽃다발은 나의 세계이자 현재이다.

오늘도 나는 꽃다발을, 그 감사함을 어떻게 그릴까마음속 깊이 되뇌고 있다. 그리고 새하얀 캔버스를 조금씩 채워나간다. 그런 꽃다발을, 그 감사함을 나만의 감사함으로 그려가는 것이다. 그 순간, 꽃은 아름다운 삶으로, 삶은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난다. 나에게, 그리고 누군가의 꽃이 되기 위해.

[출처] 월간에세이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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